겨울 빛

회색 빛이다.

여름에도 간혹, 회색 빛일 때가 있다.

비가 쏟아지는 휴일, 창을 조금 열어 놓으면, 먼지 섞인 회색 빛의 냄새가 싫지 않게 다가 온다.
오늘 테헤란로를 걸을 때도 주변은 회색 빛이다.

손끝의 차가움도, 옷깃을 여미게 하는 것도 회색을 띤다.

비가 쏟아지지 않아도.

겨울의 잿빛은 기억 속 시골 아궁이의 아침 물기 머금은 재 냄새 같다.

가끔 숨이 턱 막히는 듯한 차가운 기운도.

어느덧 겨울이 내 주변에 있다.

한 여름의 거리 포플라(내가 본 것은 포플라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래도 아는 것은 포플라) 나무는 두꺼운 옷을 여민다.

늘어뜨린 옷가지가 바람에 휘날리며 시원함을 만든다.

지금 거리의 그들은 옷을 벗었다.

그들의 옷가지에 가려있던 거리의 차가움이, 건물의 숨겨진 군상이 부끄럽게 드러난다.

이렇게 겨울이 내 주변에 있다.  

by 강세윤 | 2008/12/16 10:02 | 정리되지 않은 생각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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